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靈感

시골 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 박경철 인생은 일상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직업일수록 질 좋은 인생이 만들어지는 걸까. 그렇게 따지면 나도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난다. 정확하게는 전화기로 소통하지. 이제는 첫마디만 들어도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말투나 억양도 사람의 성격을 내비친다. 면담은 얼마나 많은 걸 보게 될까. 의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수많은 생명을 책임진다. 그 무게감은 내가 상상할 수 없다. 쌓아온 경험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하다는 걸 이 책에서 잘 보여준다. 영화나 드라마가 허상이라는 건 거짓말. 실제가 더 잔인하고 가여울 수도 있다. 더보기
보건교사 안은영 - 정세랑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희생은 체념과 적응에서 시작된다. 무료봉사를 일 평생 해야되는 사람의 기분은 어떨까. 내 인생은 왜 이 모양 이 꼴일까란 의문 없이 안은영은 주어진 현실에 순응한다.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먼저 접하고 책을 읽었다. 드라마는 신비롭고 날카롭다면 책은 부드럽고 사랑스럽다. 학교를 위한 젤리잡이 인 건 똑같지만, 책에서의 안은영은 홍인표 선생님을 보자마자 충전기라는 걸 알아챈다. 때로는 선의의 거짓말도 할 줄 아는 똑똑한 사람. 젤리는 감정이 만들어낸 응고체 같은 거라 책에서의 감정선이 더욱 잘 읽히기 때문에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면 책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나는 옴잡이 전학생 에피소드가 제일 좋다. 때로는 해야할 일도 거절할 줄도 알아야 된다는 게, 버겁다면 쉬어도 된다는 위로 같이 .. 더보기
환상과 현실의 딜레마 고단한 현실을 일깨워주려 했지만, 행복한 현실의 상상만 가중됐다. 반려동물을 들인다는 건, 입양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잘 키울 게 아니면 애초에 들이면 안 된다. 그럼에도 나는 고양이와 함께 살고 싶다. 사실 강아지를 더 좋아하지만 현실적으로 같이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산책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고양이는 산책의 부담감이 없기 때문에 반려동물로 적합하다. 하지만 시간의 부재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쉽사리 들이지 못하고 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동물들에게 없었다면 좋았을텐데. 순하고 말 잘 듣는 동물은 극소수다. 사람도 제 성격이 다르듯이 보편적인게 정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라는 성격은 있다. 그냥 나같은 아이. 동거인에게 무심하면서 든든한 존재가 되어줄 울타리 같은 아이가 내.. 더보기
혼자는 완전한 형태를 만들기 위한 시작이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다. 20 몇 년 간을 살면서 내가 내린 정의이다. 하지만 절대값은 아니다. 갖은 풍파와 눈초리를 받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혼자 살고 싶다. 누군가와 관계를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천천히 친밀감을 쌓아야 한다. 학창시절에 새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이 행동을 반복한다. 혹시 나만 친구를 사귀지 못할까라는 불안감에 3월은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무리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10년 넘게 반복했던 행동이 내 인생에 가치가 없음을 20살이 넘어서 깨달았다. 상처 받기 싫어서 활발한 척하고, 착한 척 하는 것을 대학생이 돼서야 그만 뒀다. 내게 중요한 건 외적인 자극이 아니라 내적인 자극이다. 남을 사랑하는 척 하느라 나를 사랑하.. 더보기
두려우니 피하는 것이 상책 ​ ​"자살: 도피" ​매일 밤, 잠에 들기 전. 어떻게 하면 아프지 않고 죽을까 고민한다. 목을 메달면 숨이 막히니까 힘들 거 같고, 약을 먹으면 약이 돌면 너무 힘들 거 같고, 익사는 괴로울 거 같다. 온갖 핑계를 대며 나는 아직도 살아 있다. 모순적이게도 나는 세상과 단절하고 싶으면서 가장 이곳에 남고 싶다. 즐거운 척, 재밌는 척. 관객은 사람들. 주인공은 나 하나. 우울함을 들키지 않도록 혼신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실 재미있었던 적도, 행복했던 적도 거의 없다. 불안함과 두려움에 지쳐 삶의 의욕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아무도 나를 몰랐으면 싶지만 고독하고 싶지도 않다. 쳐다보지 않지만 알아줬으면 좋겠는 게 지금 내 심정. ​ 더보기
나는 너가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을까? ​ 이사를 한 동네는 돌아다니는 사람을 보기 힘들었다. 외딴 지역에 아파트 달랑 하나. 주위에는 짓고 있는 아파트들만 있었다. 한적하다기엔 삭막한 동네에 묶여 있는 강아지를 봤다. 버스정류장 기둥에 묶인 강아지는 내 다리에 찰싹 붙어 덜덜 떨었다. 주인이 없어 보여 내가 데려가려고 했다. 그때 어떤 아저씨가 나타났더니 걔는 주인이 있다며 그냥 냅두라고 했었다. 완강한 말투에 고집스럽게 데려올 수 없었다. 다음날 버스정류장에 가보니 강아지는 없었다. 정말 주인이 데려간건지 의심스러우면서도 안심이 됐다. 7년 전 일인데도 가끔 강아지의 행방이 궁금해진다. 어렸을 적 오빠는 구걸하는 거지를 보며 눈물을 지었다. 불쌍한 사람이라고 도와주고 싶다며 한참 그 앞을 서성였다. 그때의 나는 만화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