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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화영 - 이환

*** 스포주의 ***

 

 

 

보는 내내 불쾌한 골짜기가 떠올랐다. 영화는 현실적 판타지를 그리는 게 정석이었는데, '박화영'은 다큐멘터리마냥 현실을취재한 것 같았다.

 

 

"미로의 끝이 낭떨어지였음을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

짧은 머리에 우왁스러운 행동. 허세와 욕설은 위협적이기 보다는 비웃음을 유발한다. 박화영은 갈 곳 없는 아이들의 아지트를 대주며 '엄마'라고 불리길 원하지만, 맞고 무시당하는 이상한 관계를 맺고 있다. 결핍의 갈망은 행동으로 나타나는데, 박화영은 엄마가 필요했던 거 같다. 돈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닌, 자신을 보살펴주는 누군가. 박화영 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그래보였다. 엄마가 싫어서 가출을 했는데, 정작 '엄마'라고 불러달라는 아이 옆에 붙어 있는다.

 

 

중학생 때, 박화영과 비슷한 남자애가 있었다. 일진 무리에 끼고 싶지만 키도 작고 싸움도 못했다. 일진들에게 담배 심부름과 빵셔틀을 자처하며 서열 최하위에 있던 그 애. 하굣길에 일진에게 맞고 있는 모습도 봤었다. 폭행을 당하면서도 "장난치지마~"라고 웃어 넘기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진에게는 한없이 약했지만 반에서 가장 애들을 괴롭히는 건 그 애였다. 특수반 아이들을 때리고, 한 명을 잡아다 놀리고 빵셔틀을 시켰다. 거친 욕설과 은근슬쩍 보여주는 담배곽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했었다. 영화를 보며 그 애가 떠오른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그 때를 후회하는지, 괴롭힘 당한 아이들한테 사과는 했는지.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