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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버나움 - 나딘 라바키

*** 스포주의 ***

 

 

 

보는 내내 속이 안 좋았다. 엔딩 크레딧을 보며 '토하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아득한 가시감, 설명할 수 없는 자괴감과 굴욕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거기 애들은 병에 걸려야만 죽는대"

 이 영화는 조금 특별하다. 대부분의 배우들을 실제 난민으로 캐스팅했으며, 영화를 계기로 '가버나움 재단'을 설립하여 난민을 돕는 중이라고 한다.

 

 

자인 알 라피아는 시장에서 배달 일을 하던 시리아 난민이었다. 베이루트 지역에서 캐스팅 디렉터의 눈에 띄어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요르다노스 시프로우는 실제 불법 체류자이다.

보루와티프 트레져 반콜은 레바논에서 가족과 체류 중이었다.

하이타 아이잠은 베이루트 거리에서 껌을 팔았다.

자인, 라힐, 요나스, 사하르. 이들은 현실을 연기했다.

 

 

"더이상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해주세요."

 

 학교에 다니는 애들은 소수일 뿐, 대다수의 아이들은 어떤 교육도 받지 못한 채 노점상에서 상품을 판다. 살아있음에도 살아있음을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들. 생리를 하는 11살의 여자아이는 성인 남성에게 팔려 가듯이 결혼을 시킨다. 돈과 생존이 삶의 목표인 들개 같은 삶이다. 아이들은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고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다. 자인이 호소는 더이상 아이들을 지옥같은 현실에 놔두지 말아달라고 말한다.

 

 사하르는 너무 어린 나이에 임신을 했다.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아 입원 수속을 밟지 못해 피를 흘리며 죽었다. 사하르의 인생은 자인의 어머니와 똑같다. 단지, 자인의 어머니는 살아 있고, 사하르는 죽었을 뿐이다. 사하르의 남편에게서 죄책감 혹은 미안한 감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 레바논은 부모의 동의가 있다면 9세부터 결혼이 가능하다고 한다. 문화적 차이라고 말하기에는 나는 인정할 수 없다.

 

 영화 속에서 라힐은 가장 부모 같은 캐릭터이다. 라힐은 요나스와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다. 적은 월급은 모두 요나스를 키우는 비용으로 지출한다. 집을 나온 소년이 불쌍해 거두어주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순탄하지 않다. 불법 체류자로서 강제 추방의 위험 때문에 신분증 위조를 하며 평생을 살아야 한다.  자인 덕분에 요나스와 함께 강제 추방을 당하지만 현실에서도 가능할까라는 의문점이 들었다.

 그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난민이기 때문에 수많은 권리가 박탈당한다. 왜 그들이 불법 체류자가 됐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 국민은 그 나라에서 태어나는 사람이 될 수도, 외부에서 새롭게 유입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