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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 박찬욱

*** 스포주의 ***

 

 

 

히데코의 기품과 숙희의 당돌함이 만들어낸 예술 작품.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어렸을 때부터 이모부에게 학대를 당한 히데코는 저택에서 도망가기 위해 후지와라 백작과 손을 잡았다. 자신 대신 정신병원에 들여보낼 하녀로 숙희가 저택에 들어왔다.

 

 

이 영화의 원작은 '핑거스미스'이다. 몰락한 귀족 아가씨와 하녀의 사랑이야기. 구성은 비슷하나 2부부터 이야기의 전개가 다른 방향으로 이어진다.

사랑에 빠지는 시간은 3초다. 히데코와 숙희의 첫만남을 보면 히데코가 숙희를 바라보다 눈을 피하고 다시 숙희를 바라본다. 찰나의 시선은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다. 히데코는 숙희에게 첫눈에 반했다.

 

 

숙희는 아가씨가 아무것도 모르는 쑥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숙희를 귀여워하는 히데코가 너무 귀엽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숙희에게 응석부리는 히데코. 백작을 핑계로 서로를 탐하는 손길이 거침 없다.

숙희와 히데코 사이에는 얆은 문 같은 장벽이 있다. 귀족과 하인이라는 신분 차이, 동성애 등, 하지만 그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숙희는 항상 문을 열고 들어온다. 자신의 마음을 담은 행동을 서스럼없이 나타낸다. 히데코가 문을 연 것은 딱 한 번 인데, 처음으로 숙희에게 마음을 표현한다. 하지만 "백작님을 사랑하게 되실 거에요."라는 말이 돌아온다. 변테 이모부의 학대에도 견뎠던 히데코가 목을 매달 정도로 상처를 받았다.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폭발이 시작됐다.

 

귀족들을 모아다 조카에게 야한 소설을 낭독시키는 이모부. 가학적인 행위에 토악질이 나온다. 그렇게 야한 소설이 좋으면 스스로 읽으면 되지.

히데코에게는 특이한 버릇이 있다. 말을 할 때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한다.
"천지 간에 아무도 없는, 시체같다, 불에 손을 덴 것처럼 '앗 뜨거', 물새처럼 차가운."

어렸을 때부터 낭독을 가장한 학대를 당해 만들어진 흔적이라고 생각된다.

 

영화는 히데코와 숙희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가라는 관객들의 소원도 잊지 않고 챙겨준다. 히데코는 백작의 위치를 이모부에게 말한다. 저택으로 돌아감은 죽는다는 의미인데, 히데코는 백작을 죽이고 싶을 만큼 싫어했던 거 같다. 이모부는 백작에게 고문을 가한다. 박찬욱 감독님은 성도구가 고문 기계로 변신하는 걸 원했다고 한다. 정말 변태적인 생각이다.

백작은 밀실에서 수은이 담긴 담배를 피어 이모부를 죽이고 스스로도 죽음을 맞이한다. 수은중독사는 아름답지 않은 죽음으로 추악한 욕망에 대한 대가이다. '꼴 좋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죽음은 애도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자세한 내용은 '방구석 1열 26회'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