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갈피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 요르고스 란티모스

*** 스포주의 ***

 

 

 

"넌 나랑 게임의 목적이 달랐어." 

남의 집 싸움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다. 사람으로 권력을 잡는 애비게일과 사랑으로 권력을 잡는 사라의 치열한 싸움이 영화의 포인트다. 외롭고 불안정한 앤은 사라에게 의존하며 그녀를 위한 정치를 펼친다. 18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앤 여왕, 애비게일, 사라 공작부인' 모두 실존인물이며, 영화에 실제 이야기를 담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기에 배경의 디테일과 당시 소품 등이 디테일이 돋보였다.

 

 역사를 보면 앤 스튜어트는 1702년 여왕이 된다. 당시는 전쟁과 종교적 문제로 혼란스러운 격동의 시대였다. 귀족들의 힘은 막강했고, 왕권은 상당히 약해 있었다. 앤 여왕의 실제 기록을 살펴보면 그녀는 어릴 때부터 잔병치레가 많고 온순했다고 한다. 앤은 8살, 사라가 13살일 때 처음 만나 그 뒤로 우정을 쌓았다고 한다.

 사라는 말버러 장군과 결혼 후 앤 여왕과 함께 살며 영국을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중심에 서 있었다. 또한 말버러 장군은 1702년 스페인 왕위계승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어 앤 여왕이 블레넘 궁을 새로 건축해 하사하기도 했다.

애비게일은 물락한 귀족 가문 출신의 하녀로 아버지의 도박 빚으로 가난에 허덕이다 사라에 의해 궁에서 일하게 된다. 애비게일이 마음에 들었던 여왕은 사무엘 마샴과 결혼식을 치룰 수 있게 도와주고, 그 당시 2000파운드의 지참금을 내주었다. 그 뒤 애비게일에게 여왕의 총애가 빼앗긴 것을 눈치 챈 사라는 궁에서 내쫓으라는 청원을 하지만 사라가 궁에서 쫓겨 난다.

 

사라와 앤이 연인 사이였다는 것은 풍문에 의한 소문에 픽션을 더한 설정이라고 한다. 진실은 그들만이 알고 있겠지. 실제 사라가 애비게일을 쫓아내려고 한 이유는 휘그당의 입지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여왕의 총애로 토리당과 애비게일은 정치적 영향력을 얻었지만, 사라처럼 이끌려다니진 않는다. 1714년 앤 여왕의 사망 후 애비게일은 궁에서 쫓겨난다.

 

 

"달콤한 거짓말과 진실의 칼날"

 사라는 따뜻하고 사랑을 주는 연인과 거리가 멀다. 냉철한 야망가로 앤의 뒤에서 영국을 좌지우지 한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앤은 모든 정치를 사라의 말 한마디에 맡긴다. 애비게일은 사라와 정반대의 사람이다. 달콤한 말로 앤이 듣고 싶어하는 말만 해주니 총애를 받는 건 순식간이었다.

 

 "당신은 가끔 오소리 같아요."

 

 사라는 절대 좋은 사람은 아니다. 앤을 이용해 영국 최고의 권력가로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룬다. 하지만 앤을 향한 마음에 거짓은 없다. 때로는 나쁜 말도 서슴치 않지만, 사랑에 거짓은 없다는 그녀의 신념이 돋보인다.

 

 

아버지의 도박 빚을 값기 위해 귀족의 소녀가 산전수전을 다 겪었는데, 세월의 풍파를 맡고 성격이 그대로일 수 없지. 거짓으로 사람을 대하지 못하는 사라가 진심을 숨기는데 능한 애비게일을 알아보지 못한 최대의 실수를 저지른다. 상처가 많은 사람은 경계가 심하지만, 한 번 마음을 열면 파고들기 쉽다.

 애비게일은 사라와 사냥을 다니며 살아남는 방법을 배운다. 남을 짓밟아야 자신이 일어날 수 있음을 깨닫고 사라를 뛰어넘기 위한 작전을 시작한다. 사냥감을 맞추지 못하던 애비게일은 사냥감의 피를 사라에게 뭍힐 정도로 성장해 사라를 위협한다.

 

앤은 사랑을 잃었고, 사라는 연인을 잃었고, 애비게일은 양심을 잃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영화 분석글: [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